공무원 의원면직 2주년 기념 리뷰 – 3

비상안전기획관이라..뭐 하는 곳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지만, 왠지 내가 가는 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방송진흥정책국의 내 담당 사무관님은 굉장히 아깝게 생각하셨다.
어쨌건 난 거기로 가게 되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재난방송과 재난물자 관리였다.
요즘 재난속보 자막이 많이 보이지 않는가? 그 자막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데, 내 주 업무가 이 시스템이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었다.
재난물자 관리는, 뭐 특별한 거 없다. 그냥 재난물자 현황을 파악하고 매달 보고하고 그런 것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사업부서가 아닌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부서로 가게 된 것을 아까워했지만,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방송과 멀리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공무원 조직의 성격상, 한계는 명확했다.
내가 공학을 전공해서 이 업무를 하는 데에 유리했던 것은, FTP와 SFTP가 무엇인지 아는 정도였다.
그 외에는, 나보다는 더 행정에 노련한 누군가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산 잘 타오고, 보고서 문장 멋들어지게 쓰고, 유지보수 업체랑 관계 잘 유지할 수 있는.
실제로 내 전임자는 행정직 주무관님이셨다.
공무원 일이라는 게 그렇다. 누가 와도 할 수 있다. 방송통신직이라고 방송통신업무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8-VSB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몰라도 된다. 그건 산하기관 직원들이 알면 된다. 공무원은 예산 잘 따오고, 국회 질의 잘 방어하고, 보고서나 계획서 잘 쓰면 된다. 그거 아는 데 공학 필요하지 않냐고? 전혀. 전혀 필요없다. 솔직히 기술직이 왜 필요한지 난 아직도 잘 이해가 안 간다.

아, 여기 있는 동안의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하겠다.
당시 1차관은 C모 차관이었다.
그 분이랑 비상안전기획관실이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무슨 한식집이었나 갔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상안전기획관님이 내가 7급 수석 출신이라고 소개해주시자, C모 차관이 이렇게 얘기하더라.
“7급 출신은 수석이고 필요없어!”
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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