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의원면직 2주년 기념 리뷰 – 4

그렇게 1년여를 보내고, 나는 갑자기 사업부서로 끌려가게 되었다.
사실 그 직전에 KBS 최종탈락 결과를 받아들고 피눈물을 흘리던 차에, 내가 정말 두려워했던, 재난 관련 사업을 하는 1차관 내 공공연구정책과의 모 팀으로 끌려가게 된 것이다.
진짜 그 통보 받은 그날 기절하는 줄 알았다.
근데 뭐 어쩌겠는가. 가라면 가고 하라면 해야지.

아, 거기 가기 전에 잠깐 원자력연구정책과에서 ITER로 가는 돈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
관리라 해봐야 별 거 없다. 이미 정해진 금액이 있고, 그 금액을 별 이유 없이 복잡한 디브레인이란 시스템에 날짜 잊지 않고 입력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앞서서 방송통신직이라고 방송통신직 일 잘한다는 법 없다고 한 거 기억하는가? 공업직에 원자력직렬이 있나? 그런 거 없다. 우주직렬 있나? 없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 모 팀으로 가서, 본격적인 사업부서 일을 하게 되었다.
마침 예산철이라, 각종 문서 작업들을 하고, 계속 불려다니며 예산이 어떻게 되는지 업데이트를 받았다.
근데, 아~무도 내게 뭐가 어떤 프로세스로 돌아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사실 난 7급 임용되고 나서 업무 관련 교육을 1초도 받지 않았다.(온라인 교육 제외, 그것도 IT교육 같은 거였다.)
7급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수시로 바뀌는 금액들을 받아들고, 비슷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양식들에 매번 입력해대고, 그 돈이 왜 필요한지 같은 내용이지만 조금씩 다른 표현들을 사용해가며 문서들을 만들었다.
여기서 대박인 것은, 그 문서들은 모두 한글 문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 공무원은 예산작업을 한글로 한다.
아무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매번 바뀌는 예산표를 받아들고 문서를 하나하나 고치는데, 당연히 불일치가 발생하기 쉽다.
근데도 뭐 어찌 되더라? 몰라 누가 수정해주셨으려나. 같이 일하던 사무관님이 굉장히 좋고 꼼꼼하신 분이셔서 하나하나 봐주시긴 했지만, 그 분의 한숨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고 죄송스러워서 몸둘 바를 몰랐다.
그렇게 예산철이 지나고 나면 수시로 국회의원 요구사항이 오고, 거기에 대응하고, 또 갖가지 문서 작성들을 하고, 요청받은 자료들을 작성하곤 한다. 그러고 결산이 다가오고, 그 다음엔 예산, 국회…쳇바퀴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능동성을 완전히 잃었다. 어차피 내가 뭐라고 써내건간에, 윗분들 마음엔 들지 않으니 계속 리젝당하는 것이다. 결국 난 포기하고, 중요 키워드 몇 자만 대충 쳐넣고 윗분 보시게 하고 빨간펜으로 수정표시된 거 수정하고, 오타 나도 그냥 내밀곤 했다. 그 오타 잡는다고 어차피 뭐 달라질 거 없었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난 7급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
바로 영수증 처리와 밥값 계산 등.
업무추진비로 식당 미리 결제를 해 두고, 영수증 잘 모아두고, 그걸 스캔해서 담당자에게 보내고, 이런 게 사실 가장 중요하다. 고시 출신 사무관님들이 할 수는 없잖은가. 오로지 비고시 출신만이 할 수 있는 귀중한 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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